올해 들어 부쩍 물류 쪽 고객분들과의 미팅이 늘었습니다. 주로 냉장·냉동 창고 관리자 분들이 많이 문의 주시는데, 대체로 처음 나오는 질문이 비슷합니다.
“냉기 유출 막는 에어커튼은 많은데… 내부 수분도 막을 수 있는 게 있나요?”“기계에 결로 생겨서 고장났다는 얘기, 요즘 자주 듣거든요.”
이럴 때마다 잠깐 멈칫하게 됩니다. 단순히 ‘차단 바람’만으로는 막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온도도 낮고 습기까지 많은 환경에서, 일반적인 에어커튼으로는 해결이 어렵죠. 하지만 사실, 저희도 그 고민에 꽤 오래 매달려 왔습니다.
냉장창고 안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
냉장/냉동 물류창고는 단순히 ‘춥다’는 표현으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온도는 물론 습도도 매우 낮거나 높은 상황이 반복되고, 이를 관리하지 못하면 기계 비가 자주 내리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작년 여름, 어느 식자재 물류센터에서 출입문 위 모터에 물기가 자꾸 유입되면서, 고장이 반복됐던 현장을 기억합니다.
바깥 공기가 들어올 때, 찬 내부 공기와 만나 생긴 결로가 에어커튼 내부까지 스며들었고, 모터 작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더군요. 문제가 터지고서야 모두들 “이 정도로 습기 영향을 받는 건데 왜 진작 안 막았을까” 싶어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희 올에어는 이 문제를 완전히 구조적으로, 디자인적으로 막는 에어커튼 개발을 본격 시작하게 됐습니다.
구조부터 바꿨습니다 - Hyper Shield의 설계 이야기
이번에 최초로 시제품이 나온 ‘Hyper Shield 산업형 에어커튼’은 그 출발부터 달랐습니다. 보통은 기능과 스펙 중심으로 설계하곤 하지만, 이번엔 “냉기에 의한 내부 수분 응결 차단”이라는 한 가지 목적에 집중했습니다.
모터와 각 전기부품의 수밀 처리, 하우징과 커버 설계, 공기 유입을 연속 차단할 수 있는 유로 구조 등. 어디에도 물기 하나 스며들 틈이 없도록 만들었죠. 이 개발 과정을 특허 출원까지 연계했고, 실제 적용을 위한 샘플 테스트도 막 시작한 상태입니다.
기존의 Hyper Shield 라인이 기본적으로 고풍속·저소음 모델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었기에, 여기에 냉동/냉장 환경에 최적화된 소재와 구조 적용만 추가하면, 산업용 에어커튼으로는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시제품 테스트, 더 많은 것을 고민하게 한 날
며칠 전, 시제품을 실제 냉장 물류센터 출입구에 설치하고 처음 구동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출입문이 수시로 열릴 수밖에 없는 구조고, 문 위쪽은 벽이 아니라 얇은 철판 벽체라, 외기와의 접점도 큽니다. 이런 환경이라면, 바람 성능보다도 ‘밀폐성’이 중요해지는 상황이었죠.
가동하자마자 느껴지는 건 ‘바람의 길이’였습니다. 이번 모델은 고성능 팬을 적용해 풍속이 평균 26m/s 이상, 풍량은 56㎥/min까지 나옵니다. 바람 흐름도 댐퍼를 통해 세밀하게 조정 가능해, 내려찍는 듯한 직진성 흐름으로 외기를 강하게 막아줍니다.
특히 바람을 쏘이는 각도 조절만으로도 내부 벽면에서의 응결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걸 테스트 현장에서 확인했을 땐, 팀 전원이 고개를 끄덕였죠. ‘단지 바람 쏘는 기계’가 아니라, 실제 물리환경을 다루는 장비로 기능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반복되는 현장 요청이 알려주는 방향
최근 들어 유독 냉동/냉장 환경에서의 요청이 많아진 데에는 현장의 기술적 변화도 있습니다. 자동화 설비가 많아지고, 그만큼 장비의 유지 관리는 예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졌습니다.
예전처럼 “출입구에서 찬 바람 새는 거? 그냥 그러려니 하자”가 아닌, 냉기 유출 자체가 에너지 손실 = 유지비 상승 = 피해라는 공식이 꽤나 명확하게 자리 잡은 탓이겠죠.
그래서 이번 Hyper Shield 산업형 모델은 그냥 하나 개발해서 파는 제품이 아닌, 현장의 현실을 직접 반영한 대응 그 자체입니다. 납품을 위한 모형이 아니라, 정말 ‘써야 할 사람’을 생각한 기계입니다.
하반기부터는 이 Hyper Shield 라인업을 중심으로, 냉장/냉동창고 전용 제품군 안내서를 따로 제작하고 테스트 케이스도 계속해서 축적해갈 예정입니다. 특히 수분 유입 많아지는 하절기 전에 현장 설치와 유지성 테스트까지 병행해 안정성 검증도 마무리할 계획이고요.
제조업 현장은 반복적이지만, 그 안의 고민과 상황은 절대 반복되지 않습니다. 바람 하나도 멈춰 세워야 하는 그 일이, 어쩌면 제품 하나가 아닌, 환경 전체를 바꾸어가는 작업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저희는, 그 바람의 경로를 설계합니다.
올에어 진창국 드림.